-
페낭 眞맛집_Aik Hoe Restaurant (딤섬 & 비훈 볶음면 Fried Bihun) // 2022년 말레이시아 페낭 조지타운 여행부산해달 in 말레이시아 2022. 8. 11. 00:05
구리고 찝찝한 마사지를 마치고 나서 토요일 첫 끼를 먹을 시간이었다.
어느덧 오후 2시가 가까워지는데 받을수록 피곤해지는 영혼 없는 마사지를 2시간이나 받는 바람에 밥 때도 늦어지게 된 것이다. (마사지샵 비추 후기 쓸 의향 충분)
가까운 곳에서 얼른 때울 요량으로 마사지샵 바로 옆집 식당에 들렀다.
타고난 것인지 몇 년 간의 동남아 살이와 여행 경험치로 개발된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단 몇 초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맛집의 기운을 감지하는 신묘한 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집도 마사지샵 가는 길에 스캔한 것이다.
가게 안에 원탁에 둘러앉아 고래고래 왁자지껄 담소를 나누시는 한 무리 페낭 할아버지들이 계시고, 한두 분 가게 처마 밑에서 연초를 태우시거나 하는 분들도 있었다. 관광객으로 항상 즐비한 출리아(Chulia) 로드에 있는 식당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범상치 않은 신호다.
구글 맵에서 사진을 보니 이집은 딤섬이 집이었다.
쇼마이에 커피 한 잔을 하면 되겠다 싶어서 들어가 가장 길가와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보통 이렇게 손님이 와 앉으면 누군가 메뉴를 가지고 올 법도 한데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음.
바쁘지도 않은데 접객이 시원찮다? 오래되고 두터운 단골층이 있으니 오늘내일 오고 말 관광객 따위 먹으려면 먹고 말려면 말라는 로컬 맛집의 여유일지도.
벽에 붙은 메뉴라도 먼저 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전부 한자로 적혀있었다. 방법이 없다. (민복기 선생님, 죄송합니다.)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주인아주머니로 보이시는 분 가까이 다가갔건만 소심해진 내 기운이 약했는지 등을 돌리고 차를 드시느라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셨음. 살짝 당황하기 시작할 때쯤 나를 의식하고 계셨던 할아버지 손님 한 분이 '어이' 소리를 내주셨고 아주머니가 돌아앉으셨다.
대충 뭐 먹을래 물어보신 거겠지만 중국어로 말씀하셔서 더 당혹스러워지려던 순간 영어로 스위치 해주셨다.
딤섬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딤섬이 다 나갔고 (사실 딤섬은 아침 메뉴이다. 아침에만 파는 식당이 많다.) 지금은 완탄미와 비훈이 있다고 하셨다.나: 아, 그럼 완탄미 하나 주세요.
아주머니: 볶은 비훈이 맛있어.
완탄미 얘기는 왜 하신 걸까.
아무튼 주인장 추천 메뉴가 제일 맛이 있겠지 싶어서 볶은 비훈을 시켰다.
아직 커피를 마시기 전이라 커피도 한 잔 시켰다.
보통은 아이스로 시키지만 여기는 찐맛집일 가능성이 높으니 나도 로컬처럼 따뜻한 커피를 시켜봤다.비훈 등장. 비훈은 쌀로 된 아주 아주 가는 면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쌀 버미셀리(Rice Vermicelli)라고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생선 튀김 고명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큼지막한 튀김이 듬뿍 올라가있었다. 이렇게 단백질도 든든히 챙기는구만.
보통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쫑쫑 썬 고추 슬라이스 위에 간장을 뿌리고, 이 간장에 모든 음식을 찍어먹길 좋아하는데 간장 종지가 안 나온 걸로 봐서 비훈은 이렇게 먹는 게 아닌가 혼자 추측하였다. 나도 이 방식에 익숙해져서 간장 종지를 달라고 할까 했는데 조금 멋쩍어서 그냥 테이블 위에 놓인 칠리소스를 뿌려 먹었다. 이것도 아주 맛이 좋았다.
그리고 커피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설탕을 듬뿍 넣어 진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커피도 아주 진했다.
귀여운 티스푼이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여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후하!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은행 어플을 사용해서 음식값을 지불했다.
관광지라 그런가 오래된 식당의 나이 지긋하신 주인 분들도 캐시리스 지불 시스템에 익숙하시다.
넉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아주머니께 정이 가서 수줍음을 무릅쓰고 맛있었다고 따봉을 날려드렸더니 내일은 일찍 와서 딤섬을 먹어보라고 하셨다.
마사지로 실망한 기분이 맛있는 비훈과 기분좋은 주인아주머니와의 대화로 회복되었다.'부산해달 in 말레이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