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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 말레이시아 입국기 2021. 10. 31 (1)부산해달 in 말레이시아 2021. 11. 11. 18:04
11월 1일 새벽 말련 땅을 밟고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친 뒤 3일째 되는 오늘.
이제 몸과 마음이 썰을 풀 준비가 되어 입국기부터 써보려고 하였는데, 어쩐 일로 술술 잘 적히던 글이 클릭 실수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속은 상하지만 스스로 한 다짐도 있고 친구와 한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 나의 말련 생활을 궁금해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지방인으로 사는 설움은 굳이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코시국에 해외 출국하는 과정마저 Busaner인 나에게 가혹했기에 이 얘기를 먼저 하겠다.
베트남과 한국, 또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일 년에 몇 번 오간 게 몇 년이라 마일리지가 10만 점이 넘게 되었지만, 그간 부산에서 출발하며 인천공항 연결편을 타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역병이 창궐해서 해외로 출국하는 승객이 없어지면서 대한항공에서 연결편을 없애버렸다.
즉슨, 부산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국내선을 타고 가서 김포공항에서 짐을 찾고, 인천 공항까지 짐을 직접 가져가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리무진도 운행하지 않고 있어서 공항철도 아니면 택시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정확히 김해공항에서 짐 부칠 때가 고생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체크인을 돕는 직원이 설명하기를 나는 원래 모닝캄이라 짐을 2개 부칠 수 있는데 회사에서도 두 번째 짐에 대한 차지를 결제했다고.
세 번째 아닌 두 번째 짐이기에 이러나저러나 나는 2개까지밖에 짐을 부칠 수 없다는 거다.
가장 큰 캐리어가 옷밖에 안 들었는데 얼마나 무겁겠냐 했는데 무게를 달았더니 30kg이 나왔다.
추가 차지가 없는 한도가 22kg인가 23kg이기 때문에 짐을 빼야 했는데 큰 옷 가방 하나를 덜어서 어떻게 캐리어 부치는 덴 성공했지만 내가 직접 옷 가방을 이동시켜야 하는 수고를 하게 되었다.
내 경우가 조금 특별해서인지 직원분들끼리도 서로 규정을 다시 확인해주셨지만 세 번째 짐은 부칠 수가 없게 되었다.
융통성 있게 부쳐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은 나중에 엄마하고 통화하면서 엄마가 한 번 더 부탁해보지, 할 때 잠깐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규정은 규정이고 직원도 나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월급쟁이일 뿐 곤란해질 수 있는 부탁은 하고 싶지 않아서 깔끔하게 단념했었다.김포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책이 잘 읽혀서 보통 책을 가지고 탄다.
귀여운 고영 책갈피는 친한 언니가 손수 만들어준 것이다.
김포에서 낑낑 짐을 찾았다.
캐리어를 들어 올리는 것도 카트에 싣는 것도 무겁고 힘들었다.
캐리어 터져버리는 거 아닌지 걱정도 되고.
무소유도 미니멀리스트도 아니지만, 물욕이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반발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안다) 이렇게 보니 내 한 몸 건사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참 많구나 싶다.
대부분 옷이긴 한데 또 꺼내놓고 보면 가짓수는 별로 되지 않는다.
신발은 스타일 별로 맞춰 신어야 하니까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김포공항을 빠져나왔다.
고영 책갈피를 선물한 언니 말대로 인천공항까지 나를 태워 가고 싶으신 택시기사님들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짐을 강탈해가셨다.이따시만한 점보 택시에 짐도 다 실어주셨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공항철도를 타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생각 없는 생각이었는지를 깨닫는다.
택시비와 톨비까지 7만 원 정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들었지만 인천공항까지 도착하는 시간도 그렇고 수고스러움을 생각했을 때 점보 택시가 답이었다.아직 부산은 단풍이 다 들지 않았는데 인천엔 빨간 잎 노란 잎 단풍이 한창이었다.
이제 말련 가면 가을도 없겠구나. 특별한 한국의 풍경을 눈에 담아 갈 수 있어서 좋았다.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다..
사실 언뜻 언뜻 사람이 있었는데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구나.. 컨셉으로 사람없는 쪽으로만 찍은 것이다.
공항 안에 들어와서는 과연 개새한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구나) 컨셉이 먹히지 않게 사람들이 꽤 있다.
접종률도 높아졌거니와 해외여행 말고도 출국을 해야만 하는 사정은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공차 보니 먹고싶어졌는데 닫혀있었다.
버블티는 말련에서 토핑도 더 다양하고 싸고 맛있다. 가서 먹기로 한다.코로나 전에 꽉꽉 차서 바쁘게 깜빡이던 출국 항공편을 알리는 전광판이 참 초라하고 볼품이 없다.
매번 하다 마는 나의 블로그 같다. (이번에는 다르리라 믿어본다)
대한항공 모닝캄 체크인 창구에서 또 한 번 수하물 개수에 대해 직원분의 안내를 받게되었다.
내 상황이 특이하긴 했나보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시더니 결국 세 번째 짐을 부칠 수 없다는 설명을 또 듣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따로 뺀 옷 가방을 다시 큰 캐리어에 쑤셔넣기만 가능하다면 무게가 초과되더라도 부쳐주시겠다는 호의를 입을 수 있었다!암요 암요!
김해공항에서도 두 번 했는데 한적한 인천공항에서는 두말할 것도 망설임도 없다.
바로 캐리어 쫙쫙 펼쳐서 옷 뭉탱이 쑤셔 박고 엉덩이로 깔고 앉아 지퍼 채우기에 성공했다.
가뿐해진 몸으로 출국장으로 갔다.
훈훈하고 상큼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대한항공 직원 총각! 감사했습니다. 복 받으세요.출국장에 들어오니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닫힌 가게들도 있었지만 즐비한 명품샵과 면세점 풍경은 기억 속 그대로다.
지금보다 더 벌 때에는 기숙사에서 지루하게 사는 내가 스스로 가엾어서 면세점에 올 기회가 되면 비싼 셀프 선물을 하며 기분 전환을 하곤 했다. 먼 과거 같지만 불과 1년 정도밖에 안 됐다.
이제 삶이 다채로워지는 대신 돈은 없어지겠구나.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모닝캄도 소멸될 거고 언제 다시 될지 모르는데 야무지게 라운지까지 쓰고 가야지.
찾아간 곳은 닫혀있었다. 공항이 동면하는 개구리가 숨 쉬는 것처럼 정말 최소한의 기능한 하는 느낌이다.
운영 중인 라운지를 찾아간다.가는 길에 마주친 명품샵들이 관광객이 없어서 텅 비어있다.
그래도 비싼 유지비는 매분 매초 나가는 중이겠지.
그런데 오픈런하는 사람들이 가방을 사고 버는 돈은 그걸 다 충당하고도 넘치겠지.라운지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 시간인데다 비행기 시간까지도 많이 남아있어서 아직 모닝캄 자격으로 라운지를 쓸 수 있어 좋았다.제공되던 뷔페는 코세글자 때문에 샐러드 도시락으로 바뀌어 있었다.
치킨 샐러드와 튀김 우동을 집어와서 한 상 차렸다.
한 코너에는 맥주가 있다.
이걸 마시는 사람들은 맥주 마시고 비행기 타서 토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안 되는 걸까?
알쓰인 나로서는 볼 때마다 이해가 어려운 음료 메뉴다.역시 진리는 제로콜라인 것이다.
이 날 처음이자 마지막 커피를 마셨다. 맛이 좋았다.
탑승구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갈 승객들이 보인다.
무슨 일로 가시나요?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사나요?
나 역시 외노자 생활을 몇 년 했고 다시 외노자가 되지만 외국에 터를 잡고 사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어떤 연유로 여기 와서 어떤 밥벌이를 하며 사는지가 너무 궁금해진다.
어쩌다 호치민에서 횟집을
어쩌다 자카르타에서 짬뽕집을 하게 되셨는지
어쩌다 인도 맥그로즈 간즈 티벳 마을에서 티벳 남자를 만나 볼 빨간 아이들을 낳고 사과 팬케이크가 맛있는 카페를 꾸리며 사는지가 너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인인 척이라도 해야하기 때문에 질문은 고사하고 시선 처리까지 신경을 쓴다.
비행기를 타보니 통로 자리를 혼자 다 차지하고 가게 된 거다.
비행기 좌석은 아마 3분의 1 정도 밖에 차지 않은 것 같다.SM 타운이 대한항공까지 접수해버렸다.
닭고기와 토마토 소스를 기내식 메뉴로 골랐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빵은 챙겨가서 격리할 때 먹었다.이 지도가 참 재미가 있다.
이렇게 보면 대만이나 홍콩은 그냥 심심할 때 바람 쐬고 올 만한 곳으로 느껴진다.
공항 도착해서의 일정은 2탄에서 투 비 컨티뉴!'부산해달 in 말레이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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