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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밥 먹기 (2): 손으로 먹어봐야 하는 이유부산해달 in 말레이시아 2021. 12. 2. 00:09
나는 손으로 밥 먹는 일이 일상인 인도네시아에 2년 넘게 살았고, 지금은 말레이시아에 한 달째 살고 있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권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손으로 밥 먹기는 내 사전에 없는 일이었지만, 말레이이시아인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는 바나나잎 커리는 당연히 손으로 먹고있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손으로 밥 먹을 기회가 있다면 주저말고 한 번 해보기를 추천한다.
안 하던 짓 한다고 죽지 않는다. 안 하던 짓은 새로운 영감을 얻고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손으로 밥 먹어봐야 하는 이유 그 첫 번째, 그게 그 음식을 먹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숟가락 놔두고 손으로 밥 먹을 필요가 있느냐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손으로 먹고있다.
피자는 손으로 들고 먹어야 제맛이다. 치킨도 손으로 들고 뜯으면 더 맛있다. 똑같이 커리같은 음식은 손으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커리 소스와 밥의 온도와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먹는 경험을 한 번 해보면 다음에 숟가락으론 그 맛이 안 날 것이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끓인 라면이 묘하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두 번째, 손이 숟가락보다 위생적일 수 있다.
깨끗이 씻은 내 손이 더럽다고 생각되는지 반문해보자. 어느 커리 백반집에나 손 씻는 개수대와 핸드워시가 구비되어있다. 먹기 전에 완벽하게 씻는다면 가장 깨끗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내 손이다.
반면 수저는 항상 깨끗했던가. 개인적으로 수저가 음식과 함께 나오지 않고 테이블 위나 서랍에 마련된 수저통에 구비된 식당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 손님 저 손님이 수저를 꺼내면서 입 닫는 부분에도 손이 닿았을 생각을 하면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또 외식을 할 때면 식사 중에 되도록 수저가 테이블에 그릇에 걸치게 된다.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내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철저히 위생을 관리하는 식당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곳이 관리에 소홀한지 분간해낼 방법이 없다.
깨끗이 씻은 내 손만큼은 믿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손으로 밥 먹는 것이 그에 맞는 예절을 갖춘 식사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국 어린이들이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배울 때 말레이시아 어린이들은 예의바르게 손으로 먹는 법을 배운다. 오른손만 사용하고 손바닥에는 음식이 닿지 않게 손끝으로만 음식을 섞고 입으로 가져간다. 접시를 들어올려 입으로 가져가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어떤 음식인지, 때와 장소에 따라 먹는 방법과 식사 예절이 다르니 한식이나 양식을 먹는 방법으로는 다른 나라의 식사법을 평가할 수 없다.
이제까지 손으로 밥 먹기 전에 가졌던 쓸 데 없는 우려들을 반박했지만 나아가 미처 몰랐던 장점들을 발견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 안 했다. 손으로 밥 먹기에 이토록 할 말이 많을 줄 스스로도 몰랐다.
다음에는 바나나잎 커리 백반에 대해 소개하고 기발한 장점들에 대해 얘기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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